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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은 누구의 하루를 기준으로 만들어질까
사람들에게 가전제품은 어떤 존재일까요?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마음으로 고른 새로운 삶의 시작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매장까지 찾아가 어렵게 고른 선물입니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그 과정에는 하나의 공통된 기준이 있습니다. 제품을 쓸 사람이 어떻게 사용할지, 그로 인해 일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미리 그려본다는 것이죠.
만드는 쪽은 어떨까요. 가격과 기능부터 내구성, 디자인, 안전성, 법적 규제와 트렌드까지 고려할 변수가 셀 수 없이 많고, 브랜드마다 앞세우는 주제도 조금씩 다릅니다. 최근에는 사용자 맞춤형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는 흐름이 뚜렷하죠. 이처럼 치열한 시장에서 LG전자는 ‘자립’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고, 그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게 돕는 작은 경험들이 쌓여 ‘내 힘으로 내 삶을 살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 됩니다. 그것이 LG전자가 생각하는 가전의 가치입니다.
이 가치는 곧 ‘접근성’으로 이어집니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제품을 쓸 수 있도록 높이와 힘, 조작 방식과 안내 방식을 세심하게 설계하는 일입니다. LG전자는 만드는 사람의 관점만이 아니라, 제품을 직접 쓰는 사람들과도 함께 고민하고자 했습니다. 한 사람의 생활에서 발견한 문제가 여러 관점을 만날 때 살펴야 할 장면도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2025년 상반기, 10여 명의 장애 당사자 고객과 함께 커뮤니티 볼드 무브(Bold Move)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LG 컴포트 키트’ 샘플을 보며 사용 방식을 논의 중인 볼드 무브 참가자
사용자의 하루에 힘을 보태는 내일의 가전을 함께 상상하다
첫 시즌에서 참가자들은 3개월 동안 가전제품과 컴포트 키트를 쓰며 의견을 전했습니다. 세탁기 문을 열 때 얼마나 힘을 줘야 하는지, 조작부를 손끝으로 찾을 수 있는지처럼 몸의 조건과 생활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경험이 제품을 다시 살피는 기준이 됐습니다. 시즌1이 제품을 써 본 뒤 의견을 보태는 역할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제품을 직접 제안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까지 맡았습니다.
두 번째 볼드 무브는 다양한 연령대와 신체 조건의 4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생활에서 발견한 문제를 구체적인 동작과 감각으로 나누고, 접근성 전문가와 실무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구현 가능성과 필요성을 함께 따졌습니다. 모임이 없을 때도 자발적으로 모여 시나리오와 콘셉트를 다듬었죠. ‘불편하다’는 한마디를, 누가 언제 무엇을 할 수 있도록 돕는지 설득하는 ‘제품 제안’으로 바꾸는 과정이었습니다.

발표자와 수어 통역사를 통해 제품 콘셉트 발표를 듣고 있는 볼드 무브 참가자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들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접근성 전문가와 LG전자 임직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어떤 조는 휠체어 탑승자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잠금식 바퀴와 높이 조절 장치를 단 이동형 조리 플랫폼을 제안했고, 또 다른 조는 몸이 불편한 사람도 양변기에 앉아 편하게 씻을 수 있는 방수 시트를 디자인했습니다. 냉장고를 맡은 조는 깊숙한 식료품을 꺼내는 어려움을 회전식 선반과 탈착식 칸막이로 풀어내며, 식료품을 바로 앞으로 ‘모셔온다’는 뜻으로 ‘모셔온’이라는 재치 있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승합차 슬라이딩 도어에서 영감을 받아 적은 힘으로 여는 세탁기 문, 도어의 큰 화면으로 가습·제습·날씨 안내까지 제공하는 스타일러,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세탁물을 꺼내 정리하도록 돕는 로봇까지 나왔습니다. 볼드 무버들이 상상한 내일의 가전은 사람이 할 일을 전부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확장해 스스로 해낼 수 있게 돕는 제품이었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발표였습니다.
스스로 꾸린 하루가 쌓여 나만의 일상이 될 때
볼드 무버들을 인터뷰하며 알게 된 것은, 누군가에게는 무의식적인 일상의 순간이 다른 사람에게는 하루의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무겁고 뜨거운 다리미로 옷을 다리고, 의류관리기에 옷을 걸고, 물통을 갈아 끼우는 일까지 여러 고된 동작을 감당해야 하는 분이 있었고, 30년 경력의 특수교사는 학생들 책상 앞으로 TV를 옮겨야 하는 상황을 자주 마주했습니다. 서 있는 사람 높이에 맞춘 세탁기, 가까이 다가가야 쓰는 의류관리기, 한자리에 고정된 화면처럼 익숙한 제품의 형태가 어떤 사람에게는 해야 할 일을 하나씩 더 만들었던 것이죠.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대표
그럴 때마다 가전은 사용자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늘리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을 해 온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스타일러를 “우렁각시 같다”고 표현할 만큼 애용한다고 했습니다. 다림질을 생략하고 휴대전화로 제어할 수 있어 옷 관리의 수고를 크게 덜었다고요. 화면의 위치가 바뀌고, 무거운 다림질이 줄고, 세탁기 문이 적은 힘으로 열리면 사용자는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더 많은 동작을 스스로 해낼 수 있습니다.
고객의 삶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 볼드 무브에 참여한 LG전자 LSR 소속 배인호 연구원은 좋은 가전 경험을 “편한 삶이 아닌, 좋은 삶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불필요한 수고는 덜어주되, 사용자가 스스로 해냈다고 느끼는 부분은 더해줘야 한다는 것이죠. 좋은 가전은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마치고 하루의 순서를 직접 정하도록 돕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꾸린 하루가 쌓일 때 자신이 좋아하는 생활 방식과 지키고 싶은 습관도 만들어집니다.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대표
그럴 때마다 가전은 사용자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늘리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을 해 온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스타일러를 “우렁각시 같다”고 표현할 만큼 애용한다고 했습니다. 다림질을 생략하고 휴대전화로 제어할 수 있어 옷 관리의 수고를 크게 덜었다고요. 화면의 위치가 바뀌고, 무거운 다림질이 줄고, 세탁기 문이 적은 힘으로 열리면 사용자는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더 많은 동작을 스스로 해낼 수 있습니다.
고객의 삶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 볼드 무브에 참여한 LG전자 LSR 소속 배인호 연구원은 좋은 가전 경험을 “편한 삶이 아닌, 좋은 삶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불필요한 수고는 덜어주되, 사용자가 스스로 해냈다고 느끼는 부분은 더해줘야 한다는 것이죠. 좋은 가전은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마치고 하루의 순서를 직접 정하도록 돕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꾸린 하루가 쌓일 때 자신이 좋아하는 생활 방식과 지키고 싶은 습관도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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