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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집에 쌓인 소중한 순간들, 모두의 좋은 삶이 되다

HS CX기획실 2026.09.17

다정한 연결이 좋은 삶으로 확장되기까지 — 모두가 누리는 ‘좋은 삶’의 경계를 넓혀온 LG전자의 67년

Editor 이의성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매일의 평범한 일상이 쌓여 한 사람의 고유한 삶이 완성되는 가장 내밀한 공간입니다. LG전자는 1959년 거실에 놓인 작은 라디오를 시작으로 약 67년 동안 한국인의 집 안 풍경을 바꿔 왔습니다. 가전이라는 일상의 도구가 어떻게 사람과 사람을 잇고 모두가 누리는 ‘좋은 삶(Life’s Good)’의 경계를 넓혀 왔는지, 그 단서가 이 긴 역사 안에 담겨 있습니다.

라디오와 흑백 TV가 담 너머의 관계를 방 안으로 불러들였다면, 냉장고와 세탁기는 삶에 새로운 여백을 불어넣었습니다. 현대에 들어 기술은 편리함을 일방적으로 건네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세심히 관찰하고 응답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죠. 그리고 그 궤적의 다음 목적지가 가장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누구나 더 편리하게 가전을 쓰도록 돕는 ‘컴포트 키트’,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함께 더 나은 일상을 모색하는 커뮤니티 ‘볼드 무브’가 그것입니다. 시니어와 장애 당사자 등 불편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의 목소리로 기술의 온기를 채우는 이 서사는, 진정한 혁신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을 향한 깊은 관찰에서 비롯됨을 보여 줍니다.

소중한 순간들이 집에 쌓이다

한 사회의 일상이 바뀌는 데는 전환점 같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어제까지 없던 무언가가 오늘 집 안에 놓이는 순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 사이의 거리가 달라집니다. 거창한 발표회가 아니라 온 가족이 둘러앉은 거실에서, 물 끓는 부엌과 반쯤 열린 세탁실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1959년부터 오늘까지 약 67년, 그 무대는 줄곧 집이었습니다. 한국의 집 안에서 ‘좋은 삶’의 경계가 조금씩 넓어져 온 여섯 장면을 소개합니다.

1959 · 집 안에서 세상과 만나다
 

1950년대 한국의 가정은 고요했습니다. 바깥 소식은 신문을 통해 하루 늦게, 그것도 글을 아는 일부에게만 도착했습니다. 대문을 경계로 집 안과 밖의 세계는 분리돼 있었죠. 1959년, 거실에 나무 상자 하나가 놓였습니다. 한국 땅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라디오, 금성사 A-501이었습니다. 80대만 생산돼 지금은 국가등록문화재로 남았지만, 당시 이 라디오가 바꾼 것은 훨씬 일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바깥세상의 뉴스가 활자가 아닌 목소리로 전해지면서, 글을 모르는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같은 소식이 평등하게 닿았습니다. 유행가가 부엌까지 흘러들고, 가족이 하나의 소리 앞에 모여 앉는 저녁이 시작됐습니다. 닫혀 있던 집 안이 바깥세상과 처음 연결된 순간이었습니다.

금성사 A-501

 

1958년 세워진 금성사가 내놓은 첫 제품이 라디오였다는 사실은, 지금 돌아보면 하나의 예고처럼 읽힙니다. 글을 안다는 조건 없이 누구나 정보에 닿게 한 제품, 접근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 이 회사의 첫 제품이었으니까요. 라디오는 도시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1962년 여름 시작된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을 타고 이듬해까지 20만 대가 넘는 라디오가 도시 바깥으로 내려갔습니다. 모든 뉴스가 모두에게 도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965~1969 · 집에서 여유를 찾다
 

1960년대에는 온 가족의 식사를 위해 매일 장을 봐야 했습니다. 고기는 그날 사서 그날 썼고, 김치는 항아리째 마당에 묻었죠. 빨래는 누군가 하루를 온전히 써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물을 끓이고 삶고 헹구고 짜서 너는 동안 손목이 젖은 채 하루가 흘렀습니다. 집 안의 시간 대부분은 보존과 세탁, 곧 오늘을 어제와 똑같이 유지하는 데 쓰였습니다.

1965년, 한국 최초의 냉장고 눈표냉장고 GR-120이 가정에 들어왔습니다. 대졸 초임 몇 달 치에 가까운 값이라 처음엔 사치품이라 불렸지만, 첫 출하분 수천 대가 보름 만에 팔려 나갔습니다. 냉장고가 집 안에 일으킨 변화 때문이었죠. 장을 사흘에 한 번으로 줄이고, 반찬을 미리 만들고, 남은 음식을 버리지 않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여름이면 이웃에 얼음을 돌리는 나눔의 정도 있었습니다. 4년 뒤에는 한국 최초의 세탁기 백조세탁기 WP-181이 나오면서, 빨래에 들이던 하루가 크게 줄었습니다.

눈표냉장고 GR-120의 지면 광고

 

냉장고와 세탁기가 절약해 준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 일부는 이웃과 나누는 차 한 잔으로, 아이와 보내는 시간으로, 미뤄둔 책으로 흘러갔을 것입니다. 여유란 사치가 아니라, 오늘 저녁을 무엇에 쓸지 스스로 정할 수 있는 환경의 다른 이름입니다. 가전이 만든 여백 위에서 사람들은 조금 더 넓은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살림’의 무게가 가벼워진 만큼 ‘생활’의 자리가 넓어졌습니다.

1966~1977 · 집에서 사람들과 마주 앉다
 

뉴스를 읽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른 경험입니다. 활자 위의 전쟁과 화면 속의 전쟁은 같은 사건도 다른 무게로 다가오죠. 1966년, 한국 최초의 TV인 VD-191 흑백 텔레비전이 그 변화를 거실에 가져왔습니다. 값이 비쌌는데도 수요가 공급을 앞질러 구매자를 공개 추첨으로 뽑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TV가 있는 집은 곧 동네의 거실이 됐습니다. 저녁이면 이웃이 모여 뉴스를 함께 보고 드라마에 함께 울었으며, 인기 중계가 있는 밤이면 안방이 모자라 마당까지 자리가 깔렸습니다. 채널을 고를 권리는 집주인에게 있어도 자리는 누구에게나 있었죠. 텔레비전은 가전이면서 동시에 동네의 공공시설이었고, 한 대의 기계가 담 너머의 관계를 방 안으로 불러들였습니다.

VD-191 흑백 텔레비전

 

바로 지금의 시니어 세대가 이 전환을 몸으로 겪은 이들입니다. 라디오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처음 듣고, 흑백 TV로 세상의 풍경을 처음 마주했던 사람들. 새 가전이 집에 들어올 때마다 일상의 감각이 곤두서는 경험을, 이 세대는 유년과 청년기에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새 제품 앞에서 머뭇거리는 세대라는 통념과 달리, 실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처음’을 통과해 온 세대일지 모릅니다.

좋은 삶을 다 함께 누리다

가전이 출시되던 초기 40년은 ‘없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냉장과 세탁, TV 시청은 기능 자체가 혁명이었고, 제품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죠.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어 여러 기업의 제품이 쏟아지면서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로. 기술이 사람의 일상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가전으로 라이프스타일이 재편되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2002~2015 · 집이 사람을 읽다
 

2002년 처음 나온 트롬 드럼세탁기는 모터가 세탁조를 직접 돌리는 DD 모터로 소음과 진동을 줄여, 출시 첫해 국내 점유율 70%에 이르렀습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아파트에서 세탁기 소음은 성능이기 전에 이웃과의 관계 문제였습니다. 세탁기가 조용해지자 층간의 긴장도 함께 잦아들었고, 밤에도 돌릴 수 있는 세탁기는 맞벌이 가정의 시간표까지 바꿔 놓았습니다.

2011년 등장한 스타일러는 세계 최초의 의류관리기였습니다. 매일 빨 수는 없지만 매일 입어야 하는 옷, 교복과 정장과 코트를 위한 제품이었죠. 걸어두는 것만으로 주름과 냄새가 정리되는, ‘빨래’와 ‘관리’ 사이에 없던 영역을 열었습니다. 제품명이 곧 카테고리를 뜻하는 보통명사가 될 만큼 삶에 안착했습니다. 2015년의 트윈워시는 더 흥미로운 변화를 상징합니다. 아기 옷과 어른 옷을, 속옷과 겉옷을 따로 빠는 한국 가정의 오랜 습관을, 큰 세탁기 아래 작은 세탁기를 더한 형태로 구현한 것입니다. 두 번 나눠 돌리던 빨래가 한 번에 끝났죠. 일방적으로 편리함을 건네던 기술이 사람의 삶을 관찰하고 응답하기 시작한, 곧 집이 사람을 읽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2023~2024 · 집이 모두에게 열리다
 

편리함에는 주어가 있습니다. ‘누구에게 편리한가’라는 물음이죠. 손이 불편한 사람에게 냉장고 손잡이는 그 자체가 한계가 되고, 화면을 볼 수 없는 사람에게 터치스크린은 무용합니다. “혼자서 세탁기를 써야 할 땐 문을 여는 것부터가 장벽이거든요.” 한 장애인 고객의 이 말은, 지난 67년간 넓혀 온 ‘좋은 삶’의 여정에 아직 닿지 않은 지점이 있음을 정확히 가리킵니다. 매끈해서 아름답다 여겨온 히든 도어가, 누군가에게는 열 수 없는 문이었다는 사실을요.

2023년, LG전자는 ‘감성지능(Emotionally Intelligent) 디자인’을 선언했습니다. 사람을 기술의 중심에 놓겠다는 다짐은 곧 제품에 반영됐죠. 2024년 나온 컴포트 키트가 대표적입니다. 제품을 새로 사지 않고 기존 LG전자 가전에 적용하는 보조 액세서리로, 다양한 불편을 덜어줍니다. 팔뚝을 끼워 냉장고 문을 여는 이지 핸들, 손가락 하나로 다이얼을 돌리는 이지볼, 촉각으로 버튼을 구분하는 에어컨 리모컨 커버, 스타일러에 옷을 걸기 쉬운 이지행어까지. 처음 7종에서 어느새 18종으로 늘었습니다.

LG전자 컴포트 키트

 

당초 특정 소비자군의 판매를 예상했지만, 출시 이후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점자 리모컨 커버는 아이가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보호 커버로 환영받았고, 세탁기 이지 핸들은 문콕을 막거나 도어에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는 소비자에게 유용한 아이템으로 추천됐습니다. 누군가의 불편을 개선하려던 제품이 결국 모두의 유용함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고 2025년 가전 기업 최초로 CSUN 보조공학 컨퍼런스 무대에 올랐지만, 컴포트 키트가 남긴 가장 값진 것은 수상 이력보다 ‘모든 고객’이라는 정의 안에 구분과 경계가 없다는 원칙 그 자체였습니다.

2024~ · 좋은 일상이 쌓여 좋은 삶이 되다
 

컴포트 키트 다음은 무엇일까요. LG전자는 2025년 ‘볼드 무브’를 시작하며 새로운 답을 내놓았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모여 각자의 ‘자기다움’을 정의하는 한편, 가전을 직접 쓰고 평가하며 개선점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처음으로 같은 자리에 모인 것이죠. 볼드 무브라는 이름에는 일상의 작은 시도와 용기가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도움 없이 가전을 능숙하게 다루며 느끼는 성취감이 집 안에만 머물 리 없고, 그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 누군가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커뮤니티를 지탱합니다.

퇴근 후 저녁 시간, 각자의 불편과 더 나은 일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TV 한 대를 보러 마당까지 자리를 깔던 60년 전의 저녁과, 가전을 사이에 두고 다시 모여 앉은 이 풍경은 묘하게 닮아 있었습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상품기획자와 개발자에게 전달돼 일부가 실제 제품에 반영됐습니다. 휠체어 사용자나 어린이도 쓸 수 있는 전면 조작부 정수기, 음성으로 온수 용량을 설정해 출수하는 정수기처럼요.

볼드 무브 시즌 2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멤버들

 

그리고 2026년, 커뮤니티는 두 번째 시즌을 맞아 마흔 명 남짓으로 넓어졌습니다. 장애인만이 아니라 시니어와 비장애인까지 함께하며, 무거운 김치통을 꺼내지 않고도 내용물을 덜 수 있는 이지캡을 현장에서 검증했습니다. 불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개선을 이끈다는 원칙은 그대로지만, 그 곁에서 함께 고민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같은 움직임이 집 안팎에서 이어집니다. ‘가전학교’는 발달장애 아동과 느린 학습자를 위해 냉장실과 냉동실의 차이부터 알려주는 쉬운 글 도서를 만듭니다.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부터 식기세척기와 인덕션까지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죠. 제품을 파는 일과 누구나 잘 쓰도록 돕는 일은 다른 일이며, 일반 설명서가 미처 못 하는 영역까지 LG전자는 쉬운 글 도서로 계속 넓혀 갈 예정입니다.

이 움직임이 놓인 시대의 좌표도 함께 읽을 만합니다. 한국은 2024년 12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유럽은 2025년 6월부터 유럽접근성법(EAA)으로 주요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에 접근성 기준을 의무화했습니다. 접근성이 배려의 언어에서 제도와 시장의 언어로 옮겨 가는 가운데, 2026년 5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글로벌 접근성 혁신 기업 ‘Accessibility 200’ 명단에 LG전자를 올린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더 나은 삶’이 거창하게 들린다면, ‘좋은 일상’이 실제로 어떤 순간들로 이뤄지는지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지친 몸으로 현관에 들어섰을 때 나를 맞아주는 포근한 집 냄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할 때의 기분 좋은 분주함, 잘 관리해 둔 옷을 꺼낼 때의 설렘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런 순간이 모이고 쌓여 꽤 괜찮은 삶이 완성되는 것 아닐까요.

LG전자의 슬로건 ‘Life’s Good’이 향하는 곳은 분명합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모든 사람이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온전히 누리게 하는 것. 지난 67년의 역사를 한 줄로 줄이면 결국 이 문장이 남습니다. 그리고 이 장대한 연대기는 이제 막 새로운 장을 열었을 뿐입니다. 집 안 곳곳에 소중한 순간들이 쌓여 온 것처럼, 이제는 그 ‘좋은 삶’을 모두와 다 함께 누릴 차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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